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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흔적..
愛人  2004-06-03 00:22:36, 조회 : 470, 추천 : 22


그저 계속해서 뭔가 끄적이고프다.
내게서 찾아지는 부모의 흔적들..

엄마는 그릇들이 정해져 있다. 김치는 어디, 생선은 어디, 고기는 어디, 간장은 어디, 뭐는 어디, 이런 식으로.
엄마와 상을 차릴 땐 꼭 물어보고 담아야한다.
안 그러면 다 다시 옮겨담아야 하기때문에.
그래서 상 차릴 때부터 큰소리가 오간 적이 여러번 있다.
그런데 우낀 건..나도 그모양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가 생각한 통에 담겨있지 않으면 불편해한다.
도대체 무슨 병인지?

환하게 불 켜져있는 꼴을 못 본다. 불을 켰으면 빨리 볼 일을 봐야하고 일 끝났으면 불부터 꺼야한다.
나만 그러면 좋은데 남도 그래야한다.
애들 아빠는 화장실 불 끄는 걸 깜빡하곤 한다.
결혼한 지 10년..화장실 불 끄는 일에 쓴 신경을 다른 곳에 썼더라면 난 무척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난 자동이다. 불 켜는 소리가 들리면 끄는 소리까지 들려야한다.
이건 또 무슨 병인지?

화장지?
언젠가 애들 아빠가 친정에서 크리넥스 두 장 뽑아서 코 닦고 버린 일이 아직도 종종 도마에 오른다. 막 쓴다구.
휴지는 줄 수 정해서 써야했다.
나? 휴지 둘둘 말아서 쓰는 사람보면 뭐라지도 못하면서 잠시 멍했다가 정신 챙긴다.
남 신경쓰지 말아야지..하면서도 늘 반응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도 병!

물?
애들 아빠는 설거지 시작할 때 물 틀어놓고 다 끝나면 물 끈다.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고, 그게 싫어서 설거지는 내가 한다.

쓰다보니..정말 우낀다.

'절약'이란 좋은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건 아니다.
내겐 어떤 '강박'이다. 꼭 반응하게 되는 어느 지점인 것이다.
내 신경이 딱 멈추는 신호들이다.
기억나지 않지만, 심하게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얘도 연구대상이다!


violet
/화장실 불 끄는 일에 쓴 신경을 다른 곳에 썼더라면 난 무척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애인님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 제 소망이기도 했어요.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지요.
애인님....우린 한 번 찐하게 만났어야 하는 데,서로가 겁이 많아서 못 만난게 후회가 됩니다.
나는 애인님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인님은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치열하게 사니까요.
일반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앞도 뒤도 안보고,오직 자신들만을 위해
사는 지 이제는 눈으로 보고 만져봐서 안답니다.
그런 사람이 훌륭한 건 아니잖아요.

훌륭한 사람은 인간답게 살려고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사람들이란걸 알았어요.
그래서 애인님도 나도 이미 훌륭한 사람이지요.
그걸 자꾸 확인시켜 주어야만 하는 게 문제지만요.
2004-06-03
02:31:27



엘라
사람마다 적어도 한가지씩은 결벽증 비슷한걸 가지고 있나봐요.
저도 빨래는 한방향으로, 같은 종류별로, 양말은 짝을 찾아서 같은 방향으로...
깨끗한 정리정돈은 아니지만 있어야 할 자리가 정해져 있고 그자리에 없어서
찾게되면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인들이 긴장하죠.
정말 성격 더럽습니다.
고쳐보려고도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냥 생긴데로 살기로 했습니다.
애인님 자기의 성격을 그냥 즐기세요.
난 이런 사람이야 할 수 없지뭐... 이러구요.
요즘 애인님의 글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
2004-06-03
08:30:23



愛人
자신을 즐기라는 말..ㅎㅎㅎ
그게 그렇지가 못하니..문제죠..
애들 아빠가 젤 잘 알꺼예요..그 부분은..
지금 생각해보면..참 피곤했을꺼예요..나란 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차차 나아지고 있단 사실이예요..
이젠..빨래가 어찌 널려있어도 그건 애들 아빠 몫이니 신경끄죠..
근데요..그거..엄청 노력해야하는 일이더라구요..
가끔은 젖은 빨래 줄 맞추고 있는 날 보거든요..ㅎㅎㅎ
2004-06-03
08:38:26



스머팻
수저와 젖가락 위치!
밥과 국 위치!
무우가 가끔 위치를 바꿔서 상을 차릴때면....팻트 미쳐버립니다. ㅎ ㅎ ㅎ
이거 2가지 말고는 없는거 같아요.ㅋ ㅋ ㅋ

참......애인언니 처럼 /절약/ 이라고 핑계라도 될수 있으면 좋으련만. ^^
수저와 젖가락 이라니. ^^;;
2004-06-03
10:56:00



아침이슬
그려요??
그럼 난 아예 무신경인가?
난 빨래도 가끔 초등 4학년인 큰애보고 널라구 하구.... 빨래가 삐뚤어지게 널려있든 양말이 제 각각 다른칸에 널려있든 고대로 걷는디.......

허리가 아프고 나서부터... 아니지.... 지금 집에서 쉬면서부터... 아니지 내가 그동안 내몸을 얼마나 혹사시켰나를 깨닫고 나서부터 그렇게 산다...
한가지 안되는게 잇다면.... 설겆이 정도... 설겆이꺼리는 못쌓놓는다...

그것말고는... 청소도 정 허리가 아프면 아이보고 돌리라고 하거나 걔도 싫다고 하면 말아버린다..
예전에 누군가가 사람을 위해 집이 있는거지 집을위해 사람이잇는건 아니지 않느냐며 더럽게 사는것에 항변을 했던적이 잇다...
맞는것같다... 내몸이 아프다는데... 정 못참겟으면 지들이 하든지...
난 남편하고 애들한테 강조한다..... 우린 지금 공동체생활을 하는거라고...그러니 각자 공동생활자로서의 자기몫을 하기 바란다고......

예전엔 누가 집에 와도 참 깨끗하게 하고 사시네요 했는데.... 요즘음 사람들이 할말이 없는갑다. ㅋㅋㅋㅋㅋ .... 그랴도 난 지금의 내가 훨씬 좋다...
2004-06-03
11:40:20



진례감나무
진짜 그런 사람도 있구나
나는 정말 무신경의 극치다.
근데 남편이 거의 애인님 수준인것 같다.
나는 휴지 쓸때 손에 뭐가 묻는 게 싫기 때문에 둘둘말아 쓴다.
휴지로 뭔가를 닦다가 묻는 걸 생각하면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정말 웰빙???을 실천한다.
집안일은 언제나 뒷전이다. 그리고 내할 일들을 먼저 한다.
남편과 15년간 그걸로 싸웠다. 남편은 그걸 보면 짜증이 난다던만
왜 지는 안하고 짜증만 부리는겨?
결국은 내가 하잖아? 언제하든 내 맘이야 이렇게 버틴다.
남편도 조금은 지쳤는지 눈감고 있다.
이번에 집 고치면서 식기 세척기 ,드럼세탁기 다 주방에 넣었다.
돈이 들더라도 죽기 보다 싫은
설거지(진짜 밥먹고 바로 설거지 하기 싫더라) 안하고 돌려놓으면 신나겠다.
아이구 한번 살지 두번 사나 싶어 팍팍 무리하고 있습니다.
2004-06-03
12:21:25



숲^^
감나무님 말씀이 맞아요.. 한번 살지 두번 사나? ㅎㅎㅎ저도 그라고 살라요...저도 애인님처럼 청결,절약 이런것에 강박관념이 심했는디..요즈음..땡기면 청소하고..밥많이 묵으면 운동할겸 청소하고..아님 배째라..하고 쓰레기와 먼지들과 딸래미 어질러 놓은 것들과 함께 살아요,,,오늘만 날인가? 낼도 날이여..하면시롱..ㅋㅋㅋ 2004-06-03
12: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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